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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읽기 교육, 아이를 위한 것 인가요? 프로그램을 위한 것 인가요?"

by justa 2025. 3. 28.
  • ‘대상화’ 혹은 ‘objectification’은 사람을 하나의 주체로 보기보다는,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이나 물건처럼 취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타인의 인격이나 감정, 의지를 무시하고 단순한 도구나 대상처럼 보는 행위를 말한다." 

 


📚 학생을 ‘읽는 기계’로 만들지 않기 위해

– 읽기 프로그램 기획자가 놓치기 쉬운 한 가지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다 보면, 우리 머릿속엔 이런 목표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 “한 달에 몇 권씩 읽히면 좋을까?”
  • “읽은 책을 어떻게 확인할까?”
  • “속도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물론, 이런 고민들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읽기 습관을 기르기 위해선 일정한 목표와 구조가 필요하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아이를 ‘읽는 기계’처럼 대하게 될 위험이 있다는 점입니다.


🧍 아이가 아니라 ‘수치’만 보이기 시작할 때

예를 들어, 어떤 프로그램이 “한 달에 10권 읽기”를 목표로 설정했다고 해볼게요.
학생들은 매일 정해진 독서 시간에 책을 읽고, 독후 활동을 하고, 책 제목을 기록하고, 때로는 독서량에 따라 점수를 받습니다.

처음엔 좋아 보여요.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사실이죠.
그런데 어느 순간 아이들에게서 이런 말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점수 따려면 얇은 책 골라야 해요.”
“내용은 잘 기억 안 나는데, 일단 다 읽었어요.”
“독후감 써야 하니까 그냥 대충 기억나는 거 적었어요.”

읽기가 ‘느끼는 일’이 아니라, ‘처리하는 일’이 되어버린 겁니다.
이 순간, 우리는 아이를 ‘읽기를 통해 성장하는 주체’가 아닌, ‘목표 달성을 위한 도구’로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 이것이 바로 '대상화 (Objectification)'

‘대상화’는 어떤 사람을 하나의 온전한 존재가 아닌, 목적을 위한 수단이나 도구로 여기는 것을 말합니다.
읽기 프로그램에서 학생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만으로 평가하고 다룬다면, 그 아이는 책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 성과를 내는 기계로 전락하게 됩니다.


❓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읽기 교육에서 중요한 건 양과 속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아이가 책을 통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함께 바라보는 것입니다.

📌 질문을 바꿔보세요:

  • ❌ “이 아이는 얼마나 읽었을까?”
    → ✅ “이 아이는 어떤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였을까?”
  • ❌ “책을 다 읽었는지 어떻게 확인할까?”
    → ✅ “책 속에서 발견한 문장을 누구와 나누고 싶어할까?”

🌱 마무리하며

읽기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숫자와 결과에만 집중하면, 우리는 너무 쉽게 아이를 '읽는 기계'로 만들어버릴 수 있습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책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는 ‘주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그 어떤 프로그램도 훨씬 따뜻하고, 더 오래가는 힘을 가지게 될 거예요.


요사이 파닉스에서 독해로 가는 읽기 프로그램을 기획 하는 중입니다. 열심히 curriculum을 만들다가 문득 현실 초등학생을 떠올렸습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의 개별성을 무시하고 학부모의 만족에 맞춘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는 부끄러움에 이글을 적습니다. 

 

⭐ 이마누엘 칸트 (Immanuel Kant) – 『실천이성비판』 중

“인간은 그 자체로 목적이지, 단지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Act in such a way that you treat humanity, whether in your own person or in the person of another,
always at the same time as an end, and never merely as a mea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