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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5년 5월 20일

by justa 2025. 5. 21.

 

Start a New Chapter in Life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면 여러 분기점이 있었다. 20대에 유학을 결심했던 일, 생계를 위해 시작하게 된 학원 운영과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 순간, 암 진단과 수술, 교통사고, 다시 학업을 시작했던 일 등이 그렇다. 성인에게 영어를 가르쳤던 20대의 경험까지 더하지 않더라도, 암 수술로 한 달 쉬었던 기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30년 가까이 쉬지 않고 달려온 셈이다.
올해 세운 계획은 ‘커리어 전환’이다. 영어 읽기 프로그램과 교재 개발이 그 핵심이다.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기존의 영어 읽기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이었다. 석사까지만 하겠다는 계획은 결국 박사과정으로 이어졌고, 나는 늘 우리나라 영어 읽기 교육에서 빠져 있는 ‘missing piece’를 찾고자 했다. 그 빠진 고리를 채운다면 아이들의 읽기 유창성이 향상되고, 그것이 곧 독해력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었다. 물론 이 믿음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고, 석사과정에서 배운 이론들이 이를 뒷받침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기획하고 프로그램을 정리하기 위해 공부하고 토론을 반복하면서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공교육에는 영어 읽기 교육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이 없다는 사실을. 현재 영어 읽기 교육은 거의 전적으로 사교육에 맡겨져 있다. 그러다 보니 자극적인 문구들이 난무하는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생기고 사라졌다. “3개월이면 책을 읽습니다”, “영어를 소리로 인식합니다”, “중학생 전에 1,000권 읽기” 같은 문구들 말이다.
20년 전에는 초등학교 5학년이 ‘해리포터’를 못 읽으면 시대에 뒤처진 사람이었고, 15년 전에는 ‘엄마표 영어’와 파닉스를 중심으로 한 다독의 시대였다. 한때는 낭독의 중요성을 강조한 ‘큰소리 영어’가 조용히 등장하기도 했다. 10여 년 전부터는 ‘영어 구문독해’가 대세가 되었다. 모두가 구문독해의 중요성을 외치며 문장을 잘라 직독직해를 강조한다. 물론 총체적 언어 접근만 강조되던 과거에 구문 독해가 과소평가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문장을 나눈다고 해서 이해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걸까?
본론으로 돌아오자. 영어교육계에 대해 말하자면 할 말이 참 많다. 하지만 지금은 영어 읽기 교육에만 집중해 보려 한다. 읽기 프로그램에서 빠진 ‘잃어버린 고리’는 무엇일까? 그 답은 단순하지 않지만  '없다!' 이다. 단계별로 소개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교수 전략이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트렌드와 ‘돈’이 될 만한 요소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의 발달 속도나 개별성을 고려하지 않고, 마치 게임처럼 빨리 단계를 ‘클리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겨지거나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단계는 무시되기도 하고, 이에 대한 교재나 교수법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제 문제의 본질은 파악했고, 이 모든 조각들을 하나의 실로 꿰는 작업을 시작했다. 사실 오늘 하고자 했던 말은 이게 아니었는데... 이제 과외를 모두 그만두었다는 이야기였다. 아이들을 학원으로 모두 보내고 나니 마음이 조금 허전해졌다. 괜히 글을 쓰게 되었고, 또 이렇게 주절주절 길어졌다. 어제 받은 한 통의 편지가 마음을 울려 이렇게 페이스북에 남긴다.
사진에 보이는 1000원은 신권으로 아이의 따뜻한 맘이 전해져서 'T' 인 나도 울컥!